임성현의 경매이야기] '법원경매의 종착 역' 배당
임성현의 경매이야기] '법원경매의 종착 역' 배당

예비 응찰자가 최초 물건을 검색한 시점으로 부터 낙찰, 대금납부까지 이루어지면 명실상부한 새 주인으로 등극된다. 이것이 법원경매의 일반적인 프로세스다. 소유물이 건물이라면 때론 인도명령, 명도소송이라는 순서가 기다린다지만 나름의 긴 여정을 마친 셈이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대금을 납부하기까지의 시한은 약 30일이다. 개중에는 시한을 놓쳐 재경매로 진행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 경우는 특별매각조건(통상 최저매각가격의 20%)에 의해 다시 매각기일이 지정된다. 만약, 재경매 매각기일 3일 전까지 대급납부가 이루어지면 재경매는 중단되고 소유권은 정상적으로 최고가매수신고인에게 이전된다.
대금납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법원은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배당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초 경매가 개시되기 위해 발생된 경매비용 및 국세 등 최우선변제 대상, 임차인 등 기타 권리자들에게 나눠 줄 배당표를 작성하는 작업이 병행된다. 즉, 배당간에도 서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배당은 경매실무에 있어서는 '종착 역' 지점에 머무르지만 전문가들은 경매물건을 분석하는 시점에 이미 배당여부를 판단한다. 배당을 알면 경매가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서열관계를 알아야만 배당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 배당서열
1순위 : 경매집행비용(신문광고비용, 집달관 현황조사비용 등)
2순위 : 최종 3개월분 근로자 임금·퇴직금, 소액임차보증금
3순위 : 당해세(양도세 등 국세)
4순위 : 국세의 법정기일 또는 지방세 과세기준일, 납세의무일 전에 설정 등기된 저당권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과 확정일자 등을 갖춘 임차 보증금
5순위 : 근로기준법에 의한 임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최종 3개월분 이외의 임금)
6순위 : 국세, 지방세 등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단, 법정기준일이 담보물권 설정 등기 이전인 경우에는 후순위 담보 물권의 피담보권과 일반 임금채권에 우선한다.)
7순위 : 국세 및 지방세 다음 순위로 징수하게 되는 공과금(산업재해보상 보험금, 의료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기타 징수금)
8순위 : 일반채권(등기부등본에 설정되지 않은 차용증서 등 포함)
이들 권리간의 순위는 '순위배당', '안분배당', '순환배당'이란 법칙에 의한다. 권리구조가 단순한 경매사건은 순위배당이나 안분배당만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나 복잡한 경우는 이들 법칙이 다 적용되어야 한다. 이는 공식에 약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학습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경매초보자의 경우는 말소기준권리와 인수되는 권리를 솎아내는 수준만 갖춰도 사실상 무방하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면 곤란하다. 그 이유는 후순위 권리들의 배당여부에 따라 대위변제, 경매진행간 변수(변경, 취하, 정지, 연기 등), 임차인의 권리에 따른 인도명령, 명도소송 등을 사전에 예측하는데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제를 놓고 배당서열에 관한 이해를 돕자면 다음과 같다.
※ 배당총액 = \110,000,000
① 1순위 근저당 \30,000,000
② 2순위 담보가등기 \20,000,000
③ 3순위 가압류 \40,000,000
④ 4순위 근저당 \40,000,000
⑤ 5순위 가압류 \40,000,000
◆ 순위배당
우선, ① 권리는 말소기준권리이자 물권이다. 그리고 ② 권리는 후순위 물권이다. 물권은 후순위 권리 보다 우선하여 배당된다. 따라서 ① 권리가 최우선으로 3천만원을 배당 받는다. 남은 금액은 8000만원, 이어 물권인 ② 권리도 2000만원을 전액 배당 받는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우선하는 물권이 배를 다 채울 때 까지 배당이 이루어지는 것을 '순위배당'이라고 한다.
◆ 안분배당
① 권리와 ② 권리의 배당금액은 총 5000만원으로 종결됐다. 이어 배당 잔액 6000만원을 놓고 나머지 세 권리의 배당이 이루어진다. ③ 권리는 채권으로써, 비록 중간 서열에 위치하나 물권 처럼 순위에 우선하여 배당 받지 못한다. 나머지 후순위 권리들과 평등하게 비율대로 나눠 먹어야 한다. 즉, ③ ~ ⑤ 권리들의 청구금액은 각각 4000만원씩, 배당 잔액은 6000만원이므로 1/3금액인 2000만원씩 배당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동순위로 적용되어 청구금액별 비율대로 배당이 이루어지는 것을 '안분배당'이라고 한다. 따라서 ③ 권리는 2000만원만 배당 받고 종결된다.
◆ 순환배당
① 권리 부터 ③ 권리까지의 배당금액은 총 7000만원으로 종결됐다. 이제 남은 배당 잔액은 4000만원뿐이다. ④ 권리는 물권이다. 여기서 부터 다시 배당공식이 바뀐다. ④ 권리는 물권이므로 자신의 배를 다 채울 때 까지 아래 서열의 권리로 부터 빼앗아 온다. 즉, 순위배당이 다시 진행되는 것이다. 결국 ④ 권리는 이미 안분배당으로 받은 2000만원과 아래 서열인 ⑤ 권리가 받게 될 2000만원을 흡수하여 자신의 청구금액인 4000만원을 전액 배당 받고 ⑤ 권리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권리 상호간의 충돌로 인해 순환적으로 배당이 이루어지는 것을 '순환배당'이라고 한다.
경매사건을 열람하다 보면 최우선변제 대상인 소액임차인, 국세, 지방세, 확정일자부 임차인 등이 혼합된 권리가 상당 수 존재한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복잡해 거들떠 보기도 싫겠지만 중요한 것은 배당법칙만 알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물건을 소외시하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없다. 경매를 잘 하려면 경매사건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연구하라고 했다. 왜 하필 그 시기에 해당 권리를 설정했는지 등을 곰곰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곳에 집중하다 보면 후순위 권리자인 경우 서둘러 경매를 진행했더라면 배당금액을 더 받을 수도 있음에도 방심한 탓에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소액임차인이 아닌 후순위 임차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한 번에 많은 열매를 거둘 수는 없겠다. 여러 경우의 수를 접목하여 하나 하나 터득하면 어느 순간 경매사건만 열람해도 배당표가 그려지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난 경매사건들을 펴 놓고 자신이 생길 때 까지 연구, 분석하는 자세는 꼭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