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의 전원별곡]제1부 땅 구하기-(7)턱없이 싼 매물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다
2010-12-20 09:26
전원주택지로 관심이 높은 강원권과 충청권은 물론이고 양평 용인 가평 여주 이천 등 수도권에도 땅 매물은 널려있다. 특급 입지를 제외하고는 사실 살 사람이 없지, 팔려고 내놓은 땅은 수두룩 하다.
물론 입지와 선호도, 개발 재료 및 미래 가치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결국 시세보다 저렴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입맛에 맞는 땅을 만나려면 열심히 발품을 팔며 인연을 만들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땅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매물의 옥석을 가려내고 시세의 적정선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소위 땅을 보는 ‘내공’이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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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지역 중개업소를 활용하되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보통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와 있다면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때 ‘값싼 매물의 함정’에 주의해야한다.
땅의 가격이란 그 땅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풍수입지 및 생활환경, 미래가치를 완벽하게 갖춘 땅이 터무니없이 싼 매물로 나올 리는 없다. 땅주인이 급한 사정으로 내놓는 급매물 역시도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출 뿐이다. 따라서 턱없이 싼 땅은 뭔가 하자를 감추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러면 하자가 있는 땅은 어떤 땅인가. 필자의 경험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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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초 까지만 해도 강원도 홍천에도 시세의 절반 수준인 3.3㎡(1평)당 5만~7만원 짜리 땅(관리지역 논밭)이 간혹 있기는 했다. 총 5000만원에 불과한 종자돈을 가지고 아담한 전원주택을 짓고 약간의 농사도 지을 수 있는 땅을 구하려던 우리 부부에겐 홍천은 ‘기회의 땅, 희망의 땅’이었다. 잘만 흥정해 3.3㎡(1평)당 5만원씩 살 수만 있다면 총 3300㎡(1000평) 규모의 땅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싼 싸구려 매물은 그 물건을 인터넷에 올려놓은 중개업자 조차 해당 매물의 위치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할 만큼 하자 투성이 이었다.
전화로 상담할 때는 “진짜 저렴한 매물이 여러 개 있다”면서 필자를 유인한(?) 홍천읍내 한 중개업자는 막상 현지에 도착해 싼 매물을 안내해달라고 하자 “지나치게 싼 매물 보다는 적정가격에 나온 좋은 땅을 보는 게 낫다”며 딴 소리를 했다. 돈이 모자라 싼 매물을 보고 싶다고 거듭 재촉하자 그는 “내비게이션에 지번 찍고 직접 찾아가라”며 안내를 거절했다. 그가싼 매물을 인터넷에 올려놓은 것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였다. 화가 치밀었지만 애써 참고 해당 지번에 도착해보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싼 가격에 나온 땅은 모두가 불구의 땅, 기형 땅이었다.
현장에서 보니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지적도 등 공부상으로는 3300㎡(1000평)인 땅이 포장된 도로와 구거 등에 무려 1000㎡(302평) 가량이 편입되어 있어 실제 사용가능한 땅은 전체의 약 7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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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싼 땅 역시 토지대장과 지적도 등 공부상에는 2640㎡(800평) 가량의 밭이었지만 그 중 660㎡(200평)은 계곡에 잠겨 있었다. 이런 땅은 실제 사용가능한 면적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도로와 계곡에 편입되지 않은 땅 일부도 계곡 경사지여서 제대로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상 면적으로는 싼 가격이지만 실제 사용가능한 면적만을 놓고 보면 별다른 가격 메리트가 없는 땅 들이었다.
이처럼 시골 땅은 공부상 면적과 실제 사용가능한 면적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토지대장과 지적도 상의 면적과 땅의 생김새만 보고 덥석 (가)계약을 했다간 나중에 땅치고 후회한다. 반드시 현장 확인을 거쳐야 한다.
또 다른 하자있는 땅 유형 가운데 소위 ‘무덤형 땅(땅의 생김새가 무덤처럼 볼록 솟아있는 땅, 기형적인 땅)’이 있다. 이 경우도 토지대장에 표시된 땅 면적은 1650㎡(500평)이었지만, 집을 짓기 위해서는 경사진 지면을 깎아 축대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토목공사비도 많이 들고 상당한 면적이 죽어버린다. 심한 경우 절반 정도 밖에 사용할 수 없는 ‘불구의 땅’도 많다. 결국 공부상 면적 기준으로 3.3㎡(1평)당 5만원에 나왔다고 해도, 면적의 절반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 실제로는 갑절인 10만원인 셈이다.
그래서 정확한 땅의 평당가(3.3㎡=1평 기준)는 실제 사용 가능한 면적을 기준으로 총 매도 가격에다 통상 집을 짓기 위해 지출하는 토목비용 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토목비용까지 더해서 산출하는게 맞다. 그게 진짜 평당가다. 단지 공부상 면적 기준으로 평당가가 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땅 구하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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