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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은 누구?

마른땅 2012. 11. 16. 12:05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은 누구?
기사등록 일시 [2012-11-16 10:52:34] 최종수정 일시 [2012-11-16 11:00:30]
【몬테비데오(우루과이)=로이터/뉴시스】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8월9일 자신의 여동생 마리아 무히카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무히카 대통령은 봉급의 90% 이상을 빈곤층과 중소기업인을 위해 기부하고 우루과이 국민의 평균소득인 775달러(약 84만3000원)만 받아 생활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며 세계의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2012-11-16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은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인 서민들과 동떨어진 호화 생활을 한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모든 정치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77)이 대표적으로 그의 삶은 세계의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히카 대통령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대통령 관저에서 생활하지 않고 수도 몬테비데오 근교의 농장에서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국민들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무히카는 공식적인 대통령 관저를 폐쇄했다. 이 농장 마당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고 빨래가 널려 있다. 대통령과 부인이 직접 꽃을 가꾼다. 두 명의 경찰관과 다리 하나가 없는 애견 한 마리가 대통령과 그 아내를 위해 농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수도도 설치돼 있지 않아 식수는 우물을 이용한다.

우루과이 대통령의 봉급은 한 달에 1만2775달러(약 1390만원), 그러나 무히카는 우루과이 국민들의 평균 소득인 월 775달러만 받고 90%가 넘는 1만2000달러는 매달 기부하고 있다. 그의 기부금은 빈곤층과 중소기업인들을 돕는데 사용된다.

무히카는 농장 마당에 놓인 낡은 소파에 앉아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다. 지금 현재로도 매우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대통령에 당선된 무히카가 2010년 재산을 등록했을 때 그의 재산은 1800달러였다. 1987년산 폴크스바겐 자동차 한 대가 그의 유일한 재산 목록이었다. 올해 그의 재산은 21만5000달러(약 2억3400만원)으로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아내 이름으로 돼 있는 농장과 주택, 트랙터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그의 전임자였던 타바레 바스케스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청년 시절이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쿠바 혁명의 영향을 받아 좌익 게릴라 단체 투파마로스 대원으로 활동했던 무히카는 14년간 복역하다 1985년 우루과이가 민주화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무히카는 오랜 교도소 생활이 지금과 같은 생활 습관을 몸에 붙이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는데 대해 "나는 내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화 생활을 하기 위해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자유에 관한 문제이다. 가진 것이 없다면 뭔가를 유지하기 위해 노예처럼 일할 필요도 없고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히카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정신나간 늙은이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리우 + 20' 회의 연설에서도 "세계의 모든 인류가 부국들과 똑같은 소비 행태를 보인다면 지구는 어떻게 되겠는가? 지구는 오늘날 부국들이 보이는 낭비를 모든 인류들에게 허용할 만큼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른 지도자들에 대해 소비 증가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우루과이 국민들의 생각은 무히카 대통령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지지도는 올해 취임 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건강보험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우루과이가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기로 하는 법안을 채택하고 대마초 소비를 합법화한 것도 무히카에 대한 지지도 추락을 불렀다.

하지만 무히카 대통령은 지지도 하락에 대해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루과이에서는 대통령의 연임이 허용되지 않아 그가 2014년 다시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77살의 고령으로 이제 정치에서 은퇴할 때도 됐다.

무히카는 퇴임 후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 생활할 계획이다. 세계의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그는 퇴임 후 자신의 소득이 줄어들 것에 대해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dbtpwl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