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이제 배가 고프기보다는 배가 아픈 것이 문제입니다.”
한 원로 경제학자의 말이다. 이제 주택보급률이 전국적으로 100%를 넘어 양적인 부족문제는 해결됐으니, 부동산을 둘러싼 갈등이나 분쟁이 문제라는 말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논란이나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 적용 논란에서 보듯 부동산 문제가 단순히 시장 논리보다는 이데올로기 싸움 영역으로 전개될 때가 잦다. 어찌 보면 강남은 첨예화된 부동산 계급 갈등의 상징이다.
사촌이 부자 되면 배가 아픈 것은 인간의 본심(本心)
지인이 강남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배가 아프다. 그 아파트를 사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고, 그 결과만 부럽고 질투가 난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질까? 부동산시장에서 배가 아픈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아파트 투자(투기)의 대중화 때문이다. 아파트는 사실 복잡한 권리관계 분석이나 투자기술이 없어도 초보자라도 누구나 투자가 가능한 범용 상품이다.
사실 암울한 일본 강점기에도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일확천금을 얻기 위한 광산 투기는 물론 주식, 땅 투기 열풍이 나타났고, 곡물시장에도 투기꾼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투기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재력이 뛰어난 지주나 친일파 같은 극소수이었다. 일반 범부들과는 관계가 없는 영역이었다. 투기로 파산을 하더라도 참여자들이 많지 않았기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파트 재테크는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없다. 누구든지 큰돈이 없어도 투자 대열에 나설 수 있다. 최근 강남 보금자리주택이나 판교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들은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약통장에 가입해 인내력을 갖고 15년 이상 꼬박꼬박 불입한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바로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들의 가까운 이웃이다.
작가 알랭드 보통(Alain de Botton)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에 대해서만 질투를 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고교 동창생이나 회사동료 같은 준거 집단이 성공할 때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우리 자신보다 비교하기 어려운 상층 집단이 같은 성공을 하더라도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사촌이 논을 사야 배가 아프지, 대기업 회장이 수십 만 평 논을 사는 것은 배가 아프지 않다는 얘기다.
둘째, 성공을 이룰 뻔한 것을 못 이룰 때 아쉬움이 더 큰 법이다.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코앞의 고기를 놓쳐야 상실감이 큰 것처럼 말이다. 나도 강남 아파트에 당첨돼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는데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때인데, 조금만 무리를 해서 아파트에 투자했더라면 큰돈을 벌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그 좋은 시절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자신에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미완성된 과제에 집착하면서 미련을 가지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아파트, 특히 강남 아파트에 배가 아픈 사람들이 많은 것은 투기의 대중화와 가르가르닉 효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배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렇게 좋은 현상이 아니다.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해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일이 없다면 배 아픈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주택시장은 안정이 최고의 미덕이다.
댓글 장려 캠페인 ⓒ 내가 쓰는 댓글. 글쓴이에겐 희망이 됩니다.
'그룹명 > 양동면 계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약초 303가지 효능 정리 (0) | 2013.12.14 |
---|---|
[스크랩] 전원생활을 준비를 위한 좋은 집터와 건축 (0) | 2013.12.14 |
[스크랩] 양평 양동면 전원주택지나 주말농장 노후준비 하실분...전 평당23만원... (0) | 2013.12.14 |
[스크랩] 엄나무(개두릅)로 돈 벌기 (0) | 2013.12.08 |
[스크랩] 적정기술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착한 레스토랑 (0) | 2013.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