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무겁고 비싸다. 요리사들이나 쓰는 거 아니야? 막 달라붙고 쓰기 어렵다든데… 스텐 팬 이야기다. 예열만 잘해도 미끄러지듯 요리가 되며 잘만 사용하면 평생 주방 친구가 될 수 있는 스텐 팬 선택과 사용법이 궁금하다면 주목할 것!
“스텐 팬과 냄비의 장점을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위생입니다. 스텐 제품의 표면은 고유의 은색을 띠고 있고 덧씌워진 코팅이 없어 이물질이 묻어 있거나 덜 씻긴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바로 확인이 가능해 완벽한 설거지를 할 수 있죠. 또 생선을 구워도 냄새가 배지 않고 김치찌개를 끓여도 착색되지 않아 설거지만 잘하면 늘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어요. 스테인리스 소재는 조리 도구에 쓰이는 다른 재질과 비교했을 때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해 그만큼 이물질이 남아 있기 어렵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죠. 스텐 소재의 팬이나 냄비는 하나만 잘 장만해두면 주방에서 튀김, 볶음, 조림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요.
스텐 제품의 두 번째 장점은 안전(정)성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텐 팬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대부분의 프라이팬에 적용되는 불소지수 코팅을 하지 않아 고열에 사용해도, 기름진 음식을 자주 해도 코팅이 벗겨져 유해한 물질이 나올 걱정이 없습니다. 또 스텐은 표면에 흠집이 생겨도 ‘부동태피막’이라는 것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녹이 슬지 않습니다. 산과 염기에 강한 편이라 조리할 때 특별히 기피해야 할 식재료가 없고 부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염분이 많은 음식이나 토마토나 딸기처럼 산성이 강한 과일을 조리해도 알루미늄 냄비처럼 부식이 되지 않아요. 철이나 무쇠 냄비는 음식을 오래 담아두거나 설거지통에 오래 두면 녹이 나기 쉬워 바로 세척한 후 말려두어야 하는 반면, 스텐 냄비나 팬은 녹에 강하기 때문에 음식을 담아두거나 조리 후에 물에 담가두었다가 설거지를 해도 되니까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경제성을 꼽을 수 있어요. 강도가 높은 스테인리스는 잘 깨지거나 변형이 되지 않고 쉽게 녹이 슬지 않으며 산과 염기에도 잘 반응하지 않고 코팅이 벗겨져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없습니다. 일부 제조과정 중 불량이 발생한 경우나 사용자가 싫증나서 쓰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엄마에게서 딸까지 대를 물려 사용할 수 있는 조리 도구이니 경제적일 수밖에요.”
스텐 팬·냄비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관리할까?
Q 브랜드마다 가격 차이가 큽니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망설여져요.
A 스텐은 들어가는 금속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됩니다. 하지만 주방용품에 사용되는 스텐 강종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판되고 있는 조리 도구의 스테인리스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스텐 제품은 주방용 조리 도구 중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편이면서 브랜드마다 가격 차이도 큽니다. 저렴한 것은 믿을 수 없고 고가의 제품은 가격만큼 성능도 좋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스테인리스 제품은 가격과 음식을 조리하는 기능 사이에 정비례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가라고 해서 기능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제품과 덜 좋은 제품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지명도 있는 브랜드가 꼭 성능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용접이나 마무리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는 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편리한 제품을 구입해 자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초보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세요.
A 가족의 수에 따라 또 자주 먹는 음식에 따라 스텐 냄비와 팬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겠죠. 제품을 추천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예산을 정하고 예산 안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두세 가지 고르세요. 고른 제품은 실물로 보고 후기도 꼭 찾아 읽어보세요. 구입하고 싶은 제품을 결정했다면 단품으로 꼭 필요한 제품 하나만 구입해 가능한 한 자주 사용합니다. 제품을 사용하다보면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또 어떤 스타일의 조리 도구를 좋아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후에는 스스로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면 됩니다.
Q 편수, 양수, 통삼중 등 전문용어가 많아서 구입이 어려워요.
A 스텐 팬이나 냄비를 구입할 때 몇 가지만 알아두고 가면 구입이 훨씬 수월합니다. 냄비나 팬을 16, 18이라고 부르는 것은 냄비와 프라이팬의 맨 윗부분 내부 지름을 말합니다. 손잡이는 하나일 때 편수, 두 개일 때 양수라고 하지요. 이 밖에도 스텐 제품을 구입할 때는 본체 구조의 용어를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통다중, 겹바닥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지요? 냄비나 팬의 알루미늄 몸통 안과 밖에 스텐을 겹으로 덧씌워 만든 제품으로 가스레인지에 사용할 때 좋습니다. 통다중 냄비의 경우 가스레인지에 사용할 때 열전도가 좋아 빨리 끓고 옆면이 잘 타지 않는 반면, 전기레인지에 사용할 때는 바닥 밀착이 덜해 열효율이 덜합니다. 통다중 프라이팬은 예열이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예민해 가스레인지에 사용할 때 바닥이 변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바닥만 삼중으로 된 겹바닥 제품도 있습니다. 몸통은 스테인리스이고 바닥은 알루미늄 위에 스테인리스를 덧씌운 경우인데, 냄비는 가스레인지에 사용할 때 옆면이 잘 타고 물을 끓여 따를 때 치직거려 물방울이 튑니다. 반면 전기레인지에 사용하면 바닥 밀착이 좋아 열효율이 높습니다. 팬은 예열 시간이 통다중 제품에 비해 약간 더 걸리나 바닥 두께 때문에 덜 예민하고 일단 가열되면 온도의 변화가 작아 음식이 잘 타지 않아요.
Q 스텐 팬 예열이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A 스텐 냄비에 비해 스텐 팬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요. 음식이 잘 눌어붙거나 타는 경우가 많다고요. 길들인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사실 길들인다는 표현보다는 예열만 잘하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열만 잘하면 기름을 적게 사용해도 돼 음식이 담백해집니다. 스텐 팬을 예열하는 정석은 팬을 약간 과열했다가 식혀서 식용유를 넣고 예열한 뒤 재료를 넣는 방법입니다. 24㎝ 지름 팬의 경우 불꽃이 팬 바닥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장 센 불에 올려 2분 20초 정도 가열합니다. 여기서 예열 시간은 팬의 크기나 두께에 따라 가감합니다. 불을 끄고 1분 정도 자연스럽게 식히거나 젖은 행주 위에 팬을 올려 10~20초 식힙니다. 식용유를 넣고 1분여 정도 중약불로 가열하여 식용유가 팬 표면에 얇게 퍼지면서 밀착되고 결이 생기면 식재료를 넣고 요리에 알맞게 불의 세기를 조절합니다.
Q 설거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A 다른 식기나 조리 도구처럼 하면 됩니다. 특별히 음식을 태우지 않았다면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가 음식 찌꺼기를 불렸다가 닦으면 한결 쉽게 닦입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권하지 않지만 음식물을 태웠다면 철수세미를 이용하세요. 이때 철수세미는 반드시 스테인리스 표면의 결 방향에 맞추어 문질러야 합니다. 단 반짝이는 거울처럼 광이 있는 경면 처리를 한 바깥 면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 오래된 철수세미는 꺾이고 끊긴 날카로운 부분이 많아 스테인리스 표면에 흠집을 만들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철수세미보다 부드럽다고 생각해 초록수세미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어요. 초록수세미에는 강력한 연마제가 들어 있어 스테인리스 표면을 깎아내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 좋아요. 초록수세미만 사용해 닦으면 한 달밖에 쓰지 않은 팬이 10년 사용한 것처럼 되어버리고 거칠어진 표면에 이물질이 끼어 잘 닦이지 않습니다.
스텐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활용도 높은
스텐 냄비·팬 리스트
1 16 통삼중 전골 냄비
지름 16㎝의 냄비로 직접 요리를 하기엔 불편한 제품. 간단한 국물요리를 딱 1인분 만들어 바로 식탁에 올릴 때 혹은 소량의 된장찌개를 끓이는 뚝배기 용도로 사용하기에 알맞다. 갈비찜이나 불고기, 생선조림, 그 밖의 볶음이나 조림 반찬을 1인분 덜어 데워 먹는 용도로 활용하면 좋다.
2 18 통삼중 편수 냄비(위)
손잡이 하나 달린 지름 18㎝의 통삼중 냄비. 편수 냄비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지름 16㎝로 18㎝는 용량이 약간 더 크면서 16㎝와 마찬가지 용도로 활용하기 좋다. 지름 14㎝ 편수 냄비와 지름 22㎝ 편수 웍의 중간 역할을 한다.
3 26 통오중 프라이팬(아래)
지름 26㎝의 바닥이 좁아지지 않는 모양의 프라이팬으로 사이즈 대비 바닥 면적이 넓어 조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프라이팬 요리, 볶음요리 등에 알맞고 사이즈가 넉넉해 4인 이상의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도 사용하기 좋다.
4 14 통삼중 편수 냄비
손잡이 하나 달린 지름 14㎝의 냄비로 이유식이나 라면 1개, 소량의 찌개를 끓이기에 적합하다. 큰 냄비에 한 요리를 1인분 덜어 데워 먹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집, 1인 가족, 한 번에 음식을 많이 해서 소분해 먹을 때 사용하면 좋다.
5 22 통삼중 양수 냄비
지름 22㎝의 통삼중 냄비로 4인 이상의 국을 끓이기에 적당한 사이즈다. 4인 가족의 국을 넉넉하게 끓이거나 곰탕 등을 적은 양만 끓일 때 사용하기에 좋다.
6 26 양수 웍
시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수 웍이다. 갈비찜, 해물찜과 같은 찜요리를 하기에 제격이다. 속이 깊은 웍은 냄비의 크기가 커지면 보통 옮기기 편리한 양수 제품이 편수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다.
7 14 멀티폿(위)
지름 14㎝의 멀티폿으로 용량은 작지만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한 다재다능한 냄비다. 스사모에서도 큰 인기를 끈 제품이다. 일반적인 14㎝ 편수 냄비와 용량은 비슷하지만 깊이가 감이 있어 이유식이나 소량의 음식을 조리하는 데 유용하다. 손잡이가 굽은 모양이라 냄비임에도 마치 주전자를 잡는 듯 안정감 있게 냄비를 옮길 수 있고 수납도 편리하다. 소형 찜기를 안에 넣고 만두나 찐빵 등을 1인분 쪄내기에 좋다.
8 24 삼중바닥 프라이팬(아래)
지름 24㎝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간 사이즈의 프라이팬이다. 스사모에서 직접 디자인과 품질 검증을 끝낸 제품으로 바닥이 두꺼워 열에 덜 예민하기 때문에 스텐 팬 초보자가 사용하기 좋다. 프라이팬이지만 깊이가 있어 볶음요리를 하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9 24 삼중바닥 전골냄비
오믈릿 팬과 용도는 비슷하다. 주로 전골냄비로 많아 불리는데 3~4인분의 찌개나 전골을 끓여 테이블에 바로 옮겨 사용한다. 바닥이 넓어 프라이팬 대용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옆면이 직각이어서 뒤집개를 사용할 때 다소 불편하다.
10 24 오믈릿 팬
지름 24㎝의 삼중바닥 프라이팬으로 보통 긴 편수인 경우가 많은데 양수로 요리를 한 후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도 돼 사용하기 편하다. 오믈릿뿐만 아니라 볶음·국물요리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11 26 삼중바닥 편수 웍
지름 26㎝로 크기가 넉넉해 국물요리, 볶음요리를 비롯해 각종 반찬을 만들 때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중형 사이즈의 웍이다. 기존의 편수 웍에 비해 바닥이 넓어서 요리할 때 안정감이 있고 사이즈 대비 용량이 크다. 편수라 사용하기 편하고 삼중바닥으로 제작되어 전기레인지나 인덕션에서 사용하기 좋다.
스사모에서 디자인한 제품이다.
12 22 통삼중 편수 웍
지름 22㎝의 다용도 소형 웍으로 3~4인 가족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통삼중 제품이라 전기레인지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에 엠보싱 처리를 했다는 것이 장점. 라면 2개, 볶음밥 3인분, 한두 끼 먹을 국, 하루 이틀 먹을 반찬 등을 만들 때 사용하기 알맞다. 스사모에서 디자인한 제품이다.
J 전지현은…
2004년 인터넷과 출판물을 통틀어 적어도 한글로 작성된 자료 중 스텐 프라이팬 사용에 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 우연히 스텐 팬 예열법 소개로 시작된 ‘j의 스텐 이야기’가 2013년 현재 10만 회원이 넘는 커뮤니티로 자랐다. 네이버 카페에서 ‘스텐 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운영자로 현재는 스텐 팬에 관한 강연과 제품 개발 등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강부연 기자 | 사진 이종수 | 제품 협찬·도움말 전지현(스사모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