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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대/정두리

마른땅 2015. 3. 14. 01:01

 

 

그 대

 

 



정두리 詩, 서동숙 朗誦.  이태원 노래.



그대 아름다운 얼굴에
슬픈 미소 짓지 말아요
그대 사랑하는 이 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그대 아름다운 마음에
슬픈 추억 갖지 말아요
그대 좋아하는 이 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 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 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 몫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 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그대 아름다운 얼굴에
슬픈 미소 짓지 말아요
그대 사랑하는 이 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대 아름다운 마음에
슬픈 추억 갖지 말아요
그대 좋아하는 이 마음
영원토록 있지요

 

정두리 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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