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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벽 두툼·꼭꼭 “열 도둑 꼼짝마”

마른땅 2015. 3. 14. 16:24

문-창-벽 두툼·꼭꼭 “열 도둑 꼼짝마”

조홍섭 2009. 07. 29
조회수 38159 추천수 0
동탄 패시브하우스 가보니
건축비 10% 더 들었지만 6년이면 비용 회수
국산자재와 간단한 기술 이용해 대중화 기대
 
 
냉방과 난방이 전혀 필요없는 건물이 국산 자재와 간단한 기술을 이용해 완성됐다.
 
이 건물을 짓는데 든 추가 건축비는 약 10%에 불과해, 지구온난화의 주요 대응책인 패시브하우스의 대중화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동탄신도시의 동탄고등학교 부근에 지난달 29일 색다른 건물이 들어섰다. 상가용 1층과 주거용 2·3층으로 이뤄진 이 다가구주택은, 타일로 콤포지션 장식을 한 벽면에 블라인드를 설치한 큰 창이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면 금속제 환기구도 곳곳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주택 평균 연료사용량의 10분의 1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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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건축학과 이명주교수와 함께 건축을 설계한 최정만 ㈜탑건축 소장은 “고 단열, 고효율 창호, 열교환식 환기, 외부 차양 등 특별할 것 없는 기술을 채용해 패시브하우스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패시브하우스란 난방을 위해 능동적으로 열을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건축물을 가리킨다. 보일러 없이도 영하의 날씨에도 실내온도가 2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에너지분석 결과 이 건물에 연간 들어가는 난방 에너지는 등유로 따져 면적 112㎡인 2층에서 ㎡당 1.4ℓ, 127㎡ 넓이의  3층은 ㎡당 2.5ℓ였다. 우리나라 주택의 평균 연료사용량인 ㎡당 16ℓ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 16일 동탄 패시브하우스를 찾았다. 현관문이 묵직했다. 단열을 위해 목재 중간에 우레탄 폼을 넣었기 때문이다. 문 틈새는 고무패킹으로 막았다.
 
최 소장은 “창과 문을 통한 열손실은 벽보다 6배 많다”며 “특히 단열재를 넣지 않은 아파트의 철문으로는 20배나 많은 열이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집의 벽체에도 200㎜ 두께의 스티로폼 단열재를 넣었다. 일반 주택보다 3배 가까이 두껍다. 벽체 전체의 두께도 55㎝로 일반 주택보다 15㎝ 더 두꺼웠다.
 
패시브하우스 기술의 핵심은 단열재를 두텁게 하고 창호의 빈틈을 꼼꼼하게 막아 열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단열재는 여름엔 외부 열을 차단하는 구실을 한다.
 
열과 함께 소음도 덤으로 차단하는 효과
 
Untitled-5 copy.jpg더운 날이었고 냉방장치가 없는 방이었지만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2층 거주자인 강원삼(67)씨는 “창문을 통해 맞바람이 부는 시원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덥지는 않다”며 “외풍이 없어 겨울에 난방비가 안 든다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쾌적함을 위해선 환기장치에 제습기능을 넣어야 한다고 최 소장은 말했다.
 
건축주인 김창민(52)씨는 “입주한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 창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까치 소리가 크게 들려 깜짝 놀랐다”며 밀폐구조가 열과 함께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단열과 함께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하고 남쪽에 큰 창을 내는 한편 북쪽엔 창을 없앴다. 또 창문 바깥에 원격조정이 가능한 차양(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최 소장은 “바깥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일사열의 80%를 차단할 수 있지만 실내에 설치한 블라인드는 유리 안쪽의 공기가 덥혀진 상태이기 때문에 차단율이 25%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패시브하우스의 주 목적은 난방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지만, 높은 단열로 인해 냉방 에너지 사용량도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다.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햇빛으로 달궈지기 마련인 옥탑방에서도 후텁지근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옥탑방에 들어서도 후텁지근한 느낌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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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에 쓰인 기술은 이밖에 단열을 위한 3중 유리창, 내보내는 실내공기의 열을 회수할 수 있는 환기장치, 지붕에 설치한 온수와 보조열원을 공급하기 위한 태양열 장치 등이다.
 
이들 건축자재는 모두 국내에서 조달했다. 최씨는 “자재를 구하느라 전국에 전화를 수백통 했는데, 대기업은 신경도 쓰지 않는 반면 중소기업 가운데는 우수한 제품을 값싸게 생산하는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건축비는 3.3㎡당 360만 원이 들었다. 이는 인근 주택의 건축비에 비해 약 40만원이 더 든 셈이다. 각종 시범주택에 선보이는 태양광이나 지열이용 등 값비싼 첨단기술을 쓰지 않고도 패시브하우스가 가능한 것을 보인 셈이다.
 
최 소장은 “이 정도의 부담이라면 6년이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며 “원래 패시브하우스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 건축의 에너지 자문과 검증을 맡은 윤용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계획환경연구실 박사는 “단독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을 처음으로 패시브하우스로 만든 데 의미가 있다”며 “아직 선진국의 199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기준을 강화해 패시브하우스 같은 초저에너지 주택이 널리 보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