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장서희를 빼닮은 귀여운 얼굴에 금방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외모를 가졌다. 온라인몰 핑크바나나 장환희 사장(27ㆍ사진)의 첫인상이다. 핑크바나나는 그녀가 21세 때 창업한 온라인몰로 평균 단가 3만~4만원 후드티셔츠와 바지 등을 팔아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5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송 인원까지 합하면 직원만 4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온라인몰이니 쉽게 벌었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모은 돈 300만원을 자본금으로 시작한 회사가 바로 핑크바나나다.
"디자인 전공 대학을 가고 싶었어요. 부모님 반대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해 옷가게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어요. 생활비는 물론 부모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죠."
그러던 장씨는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지인의 옷가게 매니저를 맡게 됐다. 재고 관리부터 판매까지 모두 장씨의 몫이었다.
"티셔츠 한 장 사러 온 고객에게 다양한 코디를 해주고 고객들이 제 의견에 따라 옷을 사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녀 나이 불과 21세 때다. 그 무렵 온라인 쇼핑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녀도 흐름에 편승했다. 거의 매일 밤 10시쯤 동대문시장에 나가 새벽 1~2시까지 시장 탐방을 하고 녹초가 돼 집에 돌아왔다.
5개월 만에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첫 달에는 아예 매출이 없었고 그해 전체 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녀는 "쇼핑몰은 코디한 그대로 팔려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까지 촬영한 옷들이 모델인 저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귀여운 스타일, 섹시한 스타일 등이 섞여 한마디로 조잡했다"고 전했다.
실패가 눈앞에 닥친 그녀는 다른 쇼핑몰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개선점을 찾아냈다. 또 그녀가 평소 즐겨 입는 후드티셔츠 등으로 판매 품목을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사진도 거리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해 담았다. 타깃은 10ㆍ20대 젊은 여성 층으로 좁혔고 티셔츠 가격도 2만~3만원대 품목으로만 선정했다. 그러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후드티셔츠를 시작으로 청바지로 품목을 넓혀 갔는데 한 청바지만 2만장이 나갔어요. 하루에 후드티셔츠가 1000장 팔린 날도 있었고요."
하루에도 몇 백개씩 생겨났다 없어지는 쇼핑몰들을 보며 그녀도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도 일주일에 사흘은 동대문시장에 나가 직접 물건을 골라 오고 신상품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물론 그녀가 직접 모델로 활동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사흘은 10시간 동안 사진 촬영을 한다. 한겨울에 봄옷을 입고 2000~3000컷 가까이 찍는 일이 여간 고된 것이 아니다.
"온라인몰이라고 쉽게 봐선 곤란해요.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초반엔 100% 매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가 좋지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 친구가 많이 없을 정도로 희생이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얼마 전 회사가 법인으로 전환하며 그녀도 이제 매달 꼬박 월급을 받는 오너 사장이 됐다. 지난해부터 자체 제작한 의류도 판매하기 시작한 그녀는 자체 브랜드를 갖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