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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공짜로 팔고 돈 버는 장사의 비밀은

마른땅 2010. 5. 6. 19:18

공짜로 팔고 돈 버는 장사의 비밀은

'공짜경제'의 3가지 의문

 

세계경영연구원(IGM) 최철규 부원장
세계경영연구원(IGM) 김지유 연구원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모두들 '불황'을 이야기한다.

기업들은 아무리 값을 깎아도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소비자들은 웬만큼 싼 물건이 아니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럴 땐 그냥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공짜로 확 줘버리면 어떨까? '아니, 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공짜로 물건을 주라니… 회사 망하라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요즘엔 공짜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현상을 롱테일 경제학의 주창자인 크리스 앤더슨(Anderson)은 '공짜 경제(freeconomics)'라고 이름 지었다. 공짜 경제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쓰고 있을까? 지금부터 사례를 통해 그 비법을 알아본다.


#1. 공짜 복사집, 자선단체일까?


일본 왕비싸대학교 유학생인 나빈곤 양. 최근 들어 엔화 환율이 너무 올라 죽을 맛이다. 공부 따라가기도 힘든데 환율까지 올라 생활이 너무나도 빡빡하다.


하필이면 읽어야 할 논문까지 산더미 같아 요즘은 복사 값으로만 하루 용돈을 다 쓸 지경이다. 오늘도 늘 가던 복사집을 향해 침울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나빈곤 양. 이때 나 양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공짜로 복사하세요'.


'내가 잘못 해석한 건가? 아직도 내 일본어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가?'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녀의 발걸음은 어느새 가게로 향하고 있다. 가게에 들른 그녀는 여느 때처럼 엄청난 양을 복사했다. 복사가 끝난 후 조심스레 묻는다. "진짜 공짜예요?" 점원은 미소를 흘리며 답한다. "물론입니다. 그냥 가세요." 마법에 홀린 듯 가게를 나선 그녀는 감동했다. '이런 자선단체가 있다는 걸 그동안 몰랐다니!'


잠깐, 그런데 이게 웬일? 우연히 복사지 뒷면을 보니 이게 무엇인가?


#2. 명품 혈당계? 짝퉁 아냐?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김효자씨. 최근 어머니가 당뇨병에 걸려 걱정이 크다. 병원에 갔더니 담당 의사는 혈당계부터 구입하라고 한다. 당뇨 환자는 수시로 혈당 수치를 체크해야 한다는 뜻.


이왕 사는 것, 제일 좋은 것을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김씨. 의료기기 전문점에 찾아가 최신 제품을 보여달라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이 너무 싸다. 점원은 지난달에 나온 신상품이라며 최신 혈당계의 장점을 늘어놓는다. 게다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다.


하지만 바로 사기에는 기분이 영 찜찜하다. '이거 혹시 짝퉁 아냐? 집에 가면 바로 고장 나는 거 아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품질 보증서를 본 후 결국 구입했다. 기분은 좋지만 의문은 남는다. '어떻게 이렇게 값이 쌀 수 있지?'


#3. 정수기 회사는 뭘 먹고 사나?


가정주부인 똘똘이 엄마. 매일같이 수돗물 끓여먹는 것도 참 못할 노릇이다. 물 식히는 시간을 못 참아 칭얼대는 똘똘이를 달래기도 지쳤다. 그렇다고 페트병 생수를 사자니 나르기도 힘들고 돈이 아깝다. 아무래도 미뤄왔던 정수기를 사야겠다 마음 먹는다. 옆집 절약이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니 귀가 확 뜨이는 말을 해 준다. '난 정수기 공짜로 쓰는데?' 정수기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 똘똘이 엄마에게 절약이 엄마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한다. '어머, 똘똘이 엄마. 요즘 누가 촌스럽게 돈 내고 정수기 쓰나?'


무슨 말이지? 정수기 판매회사에 바로 전화를 걸어봤다. 친절한 상담원의 답변이 이어진다. '네, 고객님. 신용카드만 잘 쓰셔도 정수기는 얼마든지 공짜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아니, 정수기 사용자가 돈을 안 내는데, 정수기 회사는 뭘로 먹고 산다는 말인가?


의문을 푸는 열쇠


1 공짜의 비밀은 복사지 뒷면에 있다


공짜경제(freeconomics=free+economics)란 기존에 돈을 받고 팔았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거의)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의 관심 또는 시장 인지도를 얻는 새로운 사업 방식이다. 하지만 공짜경제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관심과 인지도만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공짜경제를 통해 기존의 소비자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수익을 만드는 게 기업들의 목표다.


다시 나빈곤양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녀가 광고를 보고 들어간 복사가게는 '타다카피(Tadacopy·일본어로는 공짜 복사라는 의미)'라는 곳이다. 이곳은 나양이 생각한 것처럼 '자선단체'가 아니다. 오셔나이즈라는 기업이 운영하는 엄연한 영리 서비스 매장이다. 일본 게이오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모태로 2006년 탄생한 회사다.


전혀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은 이 서비스로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동안 2억엔( 약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2200만엔(약 3억5000만원)에 비하면 1년 만에 매출이 10배 성장했다.


공짜로 복사를 해 주고도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답은 뒷면에 숨어 있다. 타다카피의 복사지 뒷면에는 일본의 대기업이나 학교 근처 사업장의 광고가 가득하다. 백지인 뒷면을 광고 페이지로 활용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광고 전단지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려 한다. 과연 소비자들은 얼마나 전단지를 간직하고 기억할까?


그러나 타다카피의 복사지 뒷면을 활용하면 이런 고민은 해결된다. 필요에 의해 복사한 문서는 그냥 나눠주는 전단지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간직된다. 광고주 입장에선 돈도 적게 들뿐더러 대상 타깃 고객인 학생들이 더 오랫동안 보관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무료로 복사를 하는 학생들이야 말할 것도 없는 노릇이다. 양쪽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킨 타다카피는 2년 만에 일본 전역 46개 대학으로 사업장을 확대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없을까? 물론 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무가지가 비슷한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무가지 회사는 사람들에게는 공짜로 신문을 나눠주고, 스폰서를 해 주는 기업들의 광고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


2 보완재와 관련재로 승부하라


크리스 앤더슨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誌)에 공짜경제에 대해 소개하면서 프리미엄(freemium·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부가 기능을 유료로 해서 수익 창출)과 광고(advertising) 등 공짜경제의 6가지 모델을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교차 보완재(cross-subsidies)'는 가장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그 영향력 또한 가장 크다고 강조하는 사업 모델이다.


보완재나 관련재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공짜경제 모델은 1900년대 초 질레트(Gillette)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면도기를 자주 구매하는 이유는 면도기 몸체가 아닌 면도날이 마모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이에 질레트는 품질이 아주 좋은 면도기를 공짜나 다름없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그 면도기에서만 교환이 가능한 면도날을 '별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1903년 생산 첫해에 판매량은 단 51개. 하지만 5년 만에 질레트는 면도기 100만 개 이상을 팔아 치우기 시작하며 일회용 면도기 시장의 수익 모델을 바꿔놨다. LG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사업모델을 '사업 재정의(再定義)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질레트와 유사한 사업 모델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효자씨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김효자씨가 본 혈당계는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의 원터치 호라이즌(One Touch Horizon)이라는 혈당계다. 사용법도 단순하고 기존 혈당계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존슨앤존슨의 전략은 질레트와 동일하다. 혈당계는 싸게 판매하지만, 혈당계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꾸준히 구매해야 하는 채혈침과 채혈시험지를 별도로 판매한다. 존슨앤존슨은 이러한 전략으로 2003년 원터치 울트라(One Touch Ultra) 혈당계를 출시, 해당 분기 영업이익을 30% 가까이 늘렸다. 원터치 호라이즌은 2007년에 출시한 후속 모델이다.


이 밖에도 MP3 플레이어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유료 음원 다운로드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는 방법 등 보완재와 관련재를 통한 공짜경제 수익 모델은 다양하다.


3 불황기는 협력으로 극복하라


공짜경제 세 번째 모델의 핵심은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즉 협업(協業)이다. 이것을 공짜경제에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과 기업 간 다양한 협력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똘똘이 엄마를 놀라게 한 정수기 회사는 웅진코웨이라는 곳이다. 지난 8월 웅진코웨이는 외환은행(카드사업부)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웅진코웨이와 외환카드는 무엇을 제휴한 걸까?


먼저 두 회사의 숨겨진 니즈부터 생각해보자. 웅진코웨이는 렌털 가입자 수를 늘리고 싶어하고, 외환카드는 어떻게든 카드 가입자 수를 늘리려 고민하고 있었다.


이 때 웅진코웨이는 카드 속에 잠자고 있는 포인트에 주목했다. 그리고 특정 카드로 한 달에 일정 금액 이상을 쓰면, 카드사는 이에 대한 일정 비율을 현금 포인트 형태로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렌털료를 충당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고객은 잊어버리기 쉬운 포인트를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고, 외환카드는 카드 사용액에 따른 수수료뿐 아니라 카드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렌털료는 선(先)결제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웅진코웨이는 렌털료를 걱정 없이 받을 수 있다.


지난 10월 중순 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약 2주 동안에 5700여 명의 고객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외환카드의 하루 평균 가입자로는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처럼 숨은 니즈를 잘 포착하면, 협력을 통한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작년 7월 오픈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본의 샘플랩(Sample Lab)도 좋은 사례이다.


이 회사는 여러 화장품 회사에서 출시한 신제품의 샘플을 자사 매장에 한데 모아 놓고, 방문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고객은 이곳을 방문하기 전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미리 회원(유료 회원도 있음)에 가입해야 하고, 매장을 나설 때는 설문지도 작성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화장품 샘플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하라주쿠에서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첫 날 1500명 이상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화장품 회사는 무엇을 얻는가? 회사 입장에선 본격적인 제품 출시에 앞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파악하고, 상세한 고객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또 샘플을 회사가 직접 고객에게 나누어 줄 때 발생하는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샘플랩은 화장품 회사로부터 마케팅 수수료를 받는다.


모두들 '불황'을 말하고 있다. '불황기엔 그냥 경비나 줄이며 몸 사리는 게 최고'라는 말은 이제 그만하자. 아무리 어려워도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은 항상 열려 있다. 웅진그룹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빠졌을 때 '정수기 렌털서비스'를 도입,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적이 있다. "위기 시절의 '역발상'이 그룹을 키웠다"는 게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설명이다.


어려운 시절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짜로 나눠줌으로써 돈을 번다'는 공짜경제의 '역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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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환상의 C조
글쓴이 : 얼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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