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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주택’ 인기…가구당 4억원 한 달 만에 완성 매일경제

마른땅 2011. 4. 13. 09:37

땅콩주택’ 인기…가구당 4억원 한 달 만에 완성 매일경제 | 입력 2011.04.12 14:49

한 필지에 집 두 가구를 나란히 짓는 듀플렉스홈, 일명 '땅콩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적당한 부지만 있다면 마당을 갖춘 단독주택을 가구당 4억원 이하에 지을 수 있는 매력 덕분이다.

구체적으로 비용은 얼마나 들까. 총비용만 놓고 보면 나란히 붙은 집 두 가구를 지을 때 8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두 남자의 집 짓기' 책으로 화제를 모은 저자 이현욱 광장건축 소장은 지난해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한 주택 필지에 두 채의 땅콩집을 지었다. 3억6675만원으로 앞마당과 2층집, 다락방까지 갖춘 주택(158㎡)을 완성했다.

과정은 이랬다. 먼저 친구와 함께 3억6000만원짜리 택지 226㎡를 구입했다. 그 다음 공사비 3억2000만원에 설계비와 세금 등을 합쳐 모두 7억3350만원을 들였다. 집 한 채당 4억원에 못 미쳤다는 얘기. 공사기간도 짧았다. 단 한 달에 불과했다. 재료와 설계가 모두 규격화돼 있고 공장에서 재료를 만들어 바로 조립하는 덕분에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유행하는 목조주택 형식으로 친환경이면서도 단열이 잘되는 게 매력이다.

경기 용인 동백지구 외에도 구성, 흥덕지구 등에 땅콩주택을 짓기 적합한 부지가 꽤 있다. 이현욱 광장건축 소장은 "이번 동백지구 주택의 경우 3면이 도로라서 땅값이 3억원 넘게 들었지만 외곽으로 가면 2억5000만원 이하 부지도 많다. 공사비는 비슷하기 때문에 땅값을 줄이면 자연스레 투자비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땅은 어떻게 구입할까. LH가 판매하는 수도권 단독주택용지를 활용해볼 만하다. 단독주택용지 크기는 대개 300㎡ 전후로 분양가는 4억원 내외다. 실제로 LH가 판매하는 수도권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47필지, 2월에는 52필지, 3월에도 60필지를 넘어설 정도다.

사실 그동안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보통 단독주택용지는 주거전용, 점포전용으로 구분되는데 점포전용은 총면적의 40%까지 판매시설을 들일 수 있어 주거시설만 지을 수 있는 주거전용보다 인기가 좋았다. 그런데 요즘엔 땅콩주택 인기 덕분에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가 다시 관심을 끌면서 이런 흐름이 역전됐다는 얘기다.   왜 인기인가
한때 마음 맞는 사람끼리 힘을 합해 집을 짓는 동호인주택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공동투자해 여러 필지 중 한 필지씩을 갖는 개념이 '동호인주택'이라면 땅콩주택은 이와 조금 다르다. 공동투자 개념은 같지만 한 필지를 갖고 더 세분화해 두 가구로 나눠 서로 반쪽을 갖는 개념이다.

도시와 떨어진 전원에 위치한 동호인주택과 달리 땅콩주택은 비싼 토지 매입가격 부담을 줄이면서 도시와 가까운 곳에 건축해 도시 접근성을 높이는 게 매력이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땅콩주택은 우리나라에서는 새롭지만 이미 영국, 미국에서는 널리 보급된 주택 유형"이라며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불화를 겪어본 수요자 입장에서는 편안한 전원, 독립생활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관심을 끌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공급에 싫증을 느껴 새로운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전원생활을 원하는 은퇴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이란 기대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은퇴 세대가 전원생활을 바라지만 막상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이 대부분인데 수도권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은 이를 보완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금까지 주거전용 용지엔 1가구만 지었지만, 2가구를 나란히 짓는 땅콩주택이 대안으로 나타난 것도 단독주택용지가 인기를 끈 요인이다. 마당을 공유하기 때문에 건축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투자가치 있나


 땅콩주택은 대개 도시가 아닌 수도권 외곽지역에 들어서다 보니 수익 창출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2~3층짜리 단독주택 개념과 비슷한 땅콩주택은 층수를 올려 도심에서 임대수익을 극대화하는 도시형생활주택보다는 수익이 낮을 수 있다. 또한 토지를 반으로 갈라 짓는 형태라 투자보다는 주거 개념에 가까운 상품이란 설명이다. 채익종 다다디앤씨 사장은 "접근성, 수익 극대화, 수요층 확보 측면에서 도심 단독필지 투자가치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땅콩주택필지, 전원주택필지 순"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땅콩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접근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입지가 수도권 외곽이라 일반 아파트보다 환금성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프라이버시 침해도 감안해야 한다. 형제자매나 부모, 자식 등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오랫동안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 필지에 두 주택을 짓는 만큼 매도할 때 다른 소유자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점에서 확약을 한 뒤 건축하는 게 좋다.

집 지을 때 요령은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어본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 한마디가 있다. 바로 '두 번 다시 집을 짓지 않겠다는 것'. 즉, 이런저런 비용에 하루하루 건축과정을 신경 쓸 일 생각하면 집 짓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다. 집을 직접 지을 때 고려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

첫째, 관리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남의 힘을 빌려 지을 경우 완공 후 하자보수 및 손해배상에 대한 명확한 근거 즉 관련 서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태욱 위원은 "보통 집을 지을 때 건축비용만 생각하고 완공 후 관리비용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스 등 생활 기초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용지가 필요하고 주변 주택, 환경과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도 "차후 주택 노후화로 감가되는 주택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집이 노후화되면서 투입해야 할 보수비용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투자비가 적다고 해서 섣불리 접근하기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둘째, 각종 기반시설 이용이나 출퇴근 편리성도 고려해야 한다.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살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기반, 편의시설 측면을 간과하면 각종 불편함 때문에 주거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계할 때도 남향으로 창문을 내고 채광, 통풍이 잘되게 설계해야 한다.

이 밖에 건축법규에 맞춰 인허가를 받고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점은 불편할 수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을 직접 지을 경우 건축법규 등 행정적 처리를 본인이 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고 우려한다.

직접 집을 짓기 어렵다면 SK D & D에서 집 짓기 사업을 하는 것도 참고해볼 만하다. 최근 판교에 선보인 주택은 건설비가 3.3㎡당 550만원대로 165㎡(50평)대 시공비는 2억7670만원 수준. 200㎡대(60평) 정도 토지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총 10억원 내외로 판교신도시의 중형 아파트 시세 수준이다.

이미 완성된 자재를 가져다 조립식으로 시공하기 때문에 그만큼 공사기간도 짧다. 스카이홈 한 채를 짓는 데 필요한 기간은 7∼9주. 땅콩주택보다는 길지만 일반 단독주택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공사 과정에서 건축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데다 철거할 때 대부분 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공사 과정에 관여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채익종 다다디앤씨 사장은 "집을 지을 때 건축허가 가능 여부와 시공사 선정, 자금계획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건축비는 미리 지급하지 말고 시공 공정에 따라 공사가 마무리될 때 지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잠깐용어] 한 개 필지에 닮은꼴로 나란히 지어진 두 가구의 집을 말한다. 미국에선 '듀플렉스(duplex)홈'으로 불린다. 가구당 4억원 이하로 지을 수 있고 마당이 확보돼 있는 게 매력이다. 자녀가 있는 30~40대가 주 수요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