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제(美帝)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
'경칩' 하면 떠오르는 건 개구리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흔히 경칩을 개구리가 나오는 날로 생각해왔다. 이처럼 개구리는 우리민족에게 친근한 존재다. 이런 개구리들 사이에서 '동종잔상(同種殘傷)'의 비극이 닥쳤는데, 약 15년 전 국내 생태계를 잠식한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제(美帝)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 사건이다. 황소개구리라고 널리 알려진 길이 30cm 남짓한 이 거대한 개구리는 90년대 중후반 토종 생태계를 잠식하며, 전국의 저수지를 황폐화시켰다.
황소개구리는 뱀까지 집어삼키는 무서운 포식성으로 기존이 먹이사슬 체계를 교란시켰고, 이와 더불어 어마어마한 번식력으로 생태계 질서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를 비롯해 전국민이 나서 황소개구리 퇴치에 나서는 등 전국은 한동안 '황소개구리 퇴치 정국?'으로 시끌시끌했던 적이 있었다.
황소개구리 사태는 보릿고개 시절을 겪던 60~70년대 국민들의 단백질 섭취율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황소개구리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30cm 남짓한 이 개구리를 양식해서 국민들에게 식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의도였다. 그러나 이를 양식.공급하기로 했던 양식업체가 부도난 뒤,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황소개구리 퇴치작전에 황소개구리 개체수는 지난 1997년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전라도 무안과 나주 저수지 등지에서 개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 해당 지역 농가는 잠시 공포에 떨기도 했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한편 미제 황소개구리의 토종화 현상도 점차 눈에 띄고 있다. 복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소개구리와 토종개구리의 유전자(DNA) 특정 부위의 염기서열이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황소개구리가 국내 생태계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례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는 뱀을 포식했던 황소개구리가 이제는 뱀의 먹이가 되는 현장도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또다른 재미있는 연구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생태계 '공공의 적'이었던 황소개구리에 대한 생소함과 거부감을 극복한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를 무차별 공격해 황소개구리의 수가 70%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부쩍 증가한 너구리와 백로, 논병아리, 해오라기 등이 황소개구리를 먹는 대표적인 포식자로 알려져 있고, 황소개구리의 알과 올챙이들은 소금쟁이와 잠자리, 애벌레들의 먹잇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황소개구리의 개체 수는 줄었지만 분포 지역은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있다. 심지어 황소개구리는 육지를 넘어 여러 섬들로 확산됐다. 전남 신안군 일대 섬들이 그 대표적인 피해지역이다. 섬 주민들은 황소개구리와의 2차 전쟁을 한창 진행중이다. 미제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의문이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황소개구리는 뱀까지 집어삼키는 무서운 포식성으로 기존이 먹이사슬 체계를 교란시켰고, 이와 더불어 어마어마한 번식력으로 생태계 질서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를 비롯해 전국민이 나서 황소개구리 퇴치에 나서는 등 전국은 한동안 '황소개구리 퇴치 정국?'으로 시끌시끌했던 적이 있었다.
황소개구리 사태는 보릿고개 시절을 겪던 60~70년대 국민들의 단백질 섭취율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황소개구리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30cm 남짓한 이 개구리를 양식해서 국민들에게 식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의도였다. 그러나 이를 양식.공급하기로 했던 양식업체가 부도난 뒤,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경칩(6일)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여린 개구리 특별전의 황소개구리의 모습.ⓒ 민중의소리
전국적인 황소개구리 퇴치작전에 황소개구리 개체수는 지난 1997년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전라도 무안과 나주 저수지 등지에서 개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 해당 지역 농가는 잠시 공포에 떨기도 했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한편 미제 황소개구리의 토종화 현상도 점차 눈에 띄고 있다. 복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소개구리와 토종개구리의 유전자(DNA) 특정 부위의 염기서열이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황소개구리가 국내 생태계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례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는 뱀을 포식했던 황소개구리가 이제는 뱀의 먹이가 되는 현장도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또다른 재미있는 연구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생태계 '공공의 적'이었던 황소개구리에 대한 생소함과 거부감을 극복한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를 무차별 공격해 황소개구리의 수가 70%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부쩍 증가한 너구리와 백로, 논병아리, 해오라기 등이 황소개구리를 먹는 대표적인 포식자로 알려져 있고, 황소개구리의 알과 올챙이들은 소금쟁이와 잠자리, 애벌레들의 먹잇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황소개구리의 개체 수는 줄었지만 분포 지역은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있다. 심지어 황소개구리는 육지를 넘어 여러 섬들로 확산됐다. 전남 신안군 일대 섬들이 그 대표적인 피해지역이다. 섬 주민들은 황소개구리와의 2차 전쟁을 한창 진행중이다. 미제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의문이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