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경 사장이 CJ오쇼핑 방송을 앞두고 배추김치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아직도 저한테 ‘경영은 누가 해요’라고 물어요. 이름만 빌려 주고 실제 경영은 다른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김치사업으로 성공한 방송인 홍진경(34)씨는 지난달 서울 방배동 CJ오쇼핑 방송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얼굴 마담’이란 편견을 떨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어엿한 경력 8년차 기업인이다. 주식회사 홍진경은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20억원의 매출이 목표다. 그가 기업인으로 변신을 꾀하게 된 데는 어머니 김민정(59)씨의 음식 솜씨가 결정적 힘이 됐다.“어머니가 서울 분인데 ‘김치를 맛있게 담근다’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친척이나 동네 분들이 재료를 사 갖고 와 ‘김치를 담가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죠.” 심지어 동료 연예인이나 촬영 스태프들도 자신의 집에서 식사할 때마다 ‘김치 좀 싸 달라’고 조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김치 장사 해 보자’고 했죠. 하지만 ‘대량으로 만들면 손맛이 안 난다’며 번번이 퇴짜를 맞았어요. 그러다 2004년 드디어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작은 말 그대로 가내수공업이었다. 홍 사장은 어머니가 집에서 보조원 두 명과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만들면 인터넷쇼핑몰에서 ‘더김치’란 브랜드로 팔았다. 사업 초기엔 하루 10봉지도 팔지 못했다. 그래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하나 둘 늘어갔다.
자신감을 얻은 홍 사장은 2004년 9월 자본금 1억원으로 ‘웰컴’이란 회사를 세웠다. 이후 양산체제를 갖추는 한편 새 판매처로 홈쇼핑 뚫기에 나선다. 창업 이듬해엔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게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법인명을 ‘주식회사 홍진경’으로 바꿨다. 그러나 또 다른 벽에 부딪쳤다. 인공조미료는 일절 안 쓴 데다 맛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정작 홈쇼핑 구매 담당자를 만나기조차 힘들었던 것.
“하루는 CJ오쇼핑에서 허탕 치고 돌아가려다 특집방송을 준비하느라 너무 바쁜 스튜디오에서 청소 일을 돕게 됐어요. 마침 지나가던 임원이 저를 알아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 사정을 얘기했더니 방송 기회를 주라고 지시하셨어요. 천신만고 끝에 2005년 7월 첫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김치 맛의 비결을 ‘노가리 육수’라고 소개했다. 명태 새끼인 노가리에 다시마·무·양파·대파·표고버섯 등을 넣어 만든 이 육수로 2007년 특허도 획득했다. 다른 재료 역시 전국 곳곳에 발품을 팔며 직접 확보했다. 홍 사장은 “CJ오쇼핑의 올 1월 조사에서 재구매 고객이 17만 명으로 집계돼 식품 부문 재구매율 1위를 차지했다”며 “첫 방송 이후 지금까지 방송 때마다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주식회사 홍진경은 현재 여섯 종의 김치를 비롯해 만두·죽·된장 등도 공급하고 있다. 김치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주판매처는 온라인쇼핑몰. 이 중 만두는 육군 복지단과 영남 지역 초·중·고교 30곳에 이어 이달 중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판매는 재고 부담이 큰 만큼 냉동식품인 만두로 경험을 쌓은 뒤 김치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홍 사장의 구상이다.
그는 방송인의 창업에 대해 아무래도 홍보비를 아낄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부담도 크다고 했다. 그가 구상하는 또 다른 사업은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는 프리미엄 식품이다.
아울러 유니크한 디자인상품을 만드는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실속 있는 제품은 디자인을 놓치기 쉽고,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은 실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게 꿈이에요.”
글=차진용 산업선임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홍진경 사장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93년 수퍼엘리트모델 대회 통해 방송인 데뷔
96년 정의여고 졸업
2000년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2004년 인터넷쇼핑몰 ‘더김치’ 창업(9월에 법인 ‘웰콤’ 설립)
2005년 주식회사 홍진경으로 사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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