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집 보다 더 잘나가는 옆집엔 뭔가 다른게 있다
이코노믹리뷰최종수정 2012.06.19 09:21기사입력 2012.06.19 09:21
김상훈의 상권포커스
한국 상권을 열심히 분석하다보면 상권의 터줏대감격인 원조집 골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수 있다. 서울 상권만 하더라도 장충동 족발골목, 신림동 순대골목, 무교동 매운 낙지골목, 신당동 즉석 떡볶이 골목, 마포 최대포집까지 곳곳에 원조집을 내세운 점포들을 만나게 된다. 지방 상권에도 원조음식점이 모여 있는 상권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원조음식점들이 모인 상권에 가보면 원조집과 그 옆집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숨어있다. 원조집을 능가하려는 그 옆집의 영업전략이 돋보이는가 하면, 서로 원조집이라고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골목에서는 한 곳은 ‘원조집’, 그 옆집에는 ‘시조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고객몰이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진짜 원조’, ‘1등 원조’ ‘정통 원조’ 등의 간판을 통해서 저마다 자기가 최초의 음식점이라고 뽐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원조집과 그 옆집에는 어떤 경제학의 비밀이 숨어 있을까?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영파여고 뒷골목에 가면 칡냉면 골목을 만나게 된다. 이 곳 칡냉면 골목의 원조집은 우화자 사장의 유천칡냉면집이다. 1980년대부터 우 사장이 살았던 풍납동 유천빌라의 상호를 그대로 사용해 오늘날 유천냉면이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풍납동 우화자 사장 덕분에 90년대 초부터 풍납동 영파여고 뒷골목은 칡냉면 골목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옛촌칡냉면, 유촌냉면 등 5~6곳의 냉면집이 성업 중에 있다. 재미있는 것은 후발주자들의 영업 전략이다. 원조집보다 늦게 오픈한 칡냉면집들의 영업 전략은 간단했다. 원조집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원조집보다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단 맛의 경쟁력뿐만이 아니었다. 상품 경쟁력은 물론 가격경쟁력, 서비스경쟁력에서도 원조집을 능가하려는 후발주자들의 전략은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곳의 칡냉면집에서는 원조집의 냉면보다 냉면 위에 올려주는 배 크기가 달랐다. 원조집보다 훨씬 큰 배를 올려줌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먹히기 시작했다. 풍납동을 찾는 소비자들은 칡냉면의 원조집이 유천칡냉면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옆집을 찾는 경우도 늘어났다.
왜일까?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는 늘 새로운 집을 찾아다니는 심리가 있다는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원조집은 늘 북적이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손님입장에서는 손님들의 북새통으로 인해 자칫 그럴싸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원조집의 그 옆집을 주목하기도 한다. 짝퉁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 곳 역시 성수기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 옆집들도 역사성과 정통성이라는 포장까지 하게 된다. 상품경쟁력에서의 경쟁우위전략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큰 배 조각을 올려주는가 하면, 칡냉면의 양을 원조집보다 더 많이 주기도 하면서 고객만족도 창출에 열중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만족도 평가를 하게 되고, 원조집 그 옆에서 영업하던 후발주자들도 고객들의 선택의 우선순위 안에 들어가게 되는 행운을 맛보기도 한다. 풍납동 칡냉면 골목은 그렇게 형성됐다.
원조집 옆집에서 승부하려면 원조집보다 모든 면에서 경쟁우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10곳 이상의 음식점이 모여 원조 골목상권을 이룰 정도의 상세력이 있는 곳이라면 2, 3등 음식점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유명 음식점 옆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조집과의 확실한 비교우위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조집의 위세에 눌려 힘없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 시장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원조집 옆집에서 성공하고 있는 사장들의 연구 노력하는 자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은 원조집을 따라잡기 위해서 원조집 사장이 했던 몇 배의 노력과 열정을 쏟으면서 원조집과의 한 판 경쟁을 준비하는 경영자일 수도 있다.
1997년부터 맞춤형 창업컨설팅회사를 운영해온 창업시장 전문가.
현재 (주)스타트컨설팅과 스타트비즈니스(www.startok.co.kr)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 대표저서로는 ‘두번째 잡으로 부자되기’, ‘못 벌어도 월 1000만원 버는 음식점 만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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