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농촌현장>억대 부농 1만..꿈이 아니다
축산.과수.채소 등 곳곳서 부자 꿈 이뤄..비결은 '차별화'
(대구=연합뉴스/2010년 03월 14일 ) 손대성 기자
(대구=연합뉴스/2010년 03월 14일 ) 손대성 기자
"농사지어서는 힘만 들고 돈을 못 번다고요? 그건 이젠 옛말입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충분히 잘 살 수 있습니다."
최근 경북 성주의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참외 농사꾼 이길남(33) 씨 한테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농촌은 오갈데 없는 사람이 남아 농사를 짓고, 힘들게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이 별로 없어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경북 성주의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참외 농사꾼 이길남(33) 씨 한테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농촌은 오갈데 없는 사람이 남아 농사를 짓고, 힘들게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이 별로 없어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많이 배우거나 적게 배우거나 젊은 사람은 도회지로 나가려 했고, 농촌에 머무는 것은 정체, 또는 퇴행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4인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의 연간 평균 소득인 5천100여만원의 2배인 1억원대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이 수두룩하다.
◇고소득 비결은 차별화 = 14일 경북도와 성주군에 따르면 참외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성주만 해도 이 씨처럼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농민이 2008년말 기준으로 1천797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참외 농사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씨는 흔히 생각하는 가난한 농민의 이미지와 다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4인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의 연간 평균 소득인 5천100여만원의 2배인 1억원대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이 수두룩하다.
◇고소득 비결은 차별화 = 14일 경북도와 성주군에 따르면 참외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성주만 해도 이 씨처럼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농민이 2008년말 기준으로 1천797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참외 농사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씨는 흔히 생각하는 가난한 농민의 이미지와 다르다.
참외 농사로 연간 1억원대의 소득을 올린다는 그는 성주와 인접한 대구 성서지역에 번듯한 아파트도 갖고 있고, 나름대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다.
그가 만약 직장에 다녔다면 벌 수 있는 급여는 기껏해야 현재 얻는 소득의 절반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대충 농사를 지어 쉽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참외는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워서 봄과 여름에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동파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태풍이나 장마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품종을 선택해야 하고, 연작 장해를 줄이고자 호박과 접목시켜야 하며, 재배단계에서도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
그 역시 연작 장해로 농사에 실패하기도 했고, 기술 부족으로 수확량 조절에 실패해 보통 6개월에 이르는 수확기간이 훨씬 짧아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이 씨는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주변 사람들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교육 덕에 어려움을 극복했기에 억대 농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칠곡에서 축산업을 하는 장길식(57) 씨 역시 연간 200마리의 거세우를 출하해 6억원 가량을 버는 대표적인 고소득 축산인이다.
축산업이라고 하면 축사를 지어놓고 사료나 제때 공급하면 저절로 소나 돼지가 커서 가끔 생기는 가격 파동이나 전염병만 피한다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고 보는 도시민이 많다.
그러나 축산업은 제대로 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장 씨의 얘기다.
장 씨도 처음엔 사과 농사를 짓다가 실패하자 다른 활로를 찾아보고자 1983년 6마리의 소를 사서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그저 사료를 먹여 키워서 출하하는 데 그쳤던 그는 정부의 쇠고기 수입 방침이 나온 1992년부터 수입 쇠고기에 맞서고자 거세우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 씨는 거세우로 만족할 수 없었다.
우시장에서 어떤 송아지를 들여오느냐에 따라 품질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고, 그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품종 개량에 나섰다.
품종 개량은 쉽게 말해 무게가 많이 나가고, 육질 등급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알맞은 번식우를 골라 암소와 인공수정을 시키는 일이다.
말이 좋아 품종 개량이지 등심 단면적이 크면 육질이 안 좋고, 육질이 좋으면 등심 단면적이 적어 1~2년 사이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여기다 혈통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심지어 좋은 품종의 번식우 정액은 축산인들이 서로 확보하려 하다 보니 공급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10년 가량 품종을 개량하다 보니 이제는 장 씨가 키우는 소는 틀에서 구워낸 붕어빵처럼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고, 품질도 고르게 높다.
이제 전국에서 고품질 한우를 사육하는 비법을 알고자 찾아올 정도가 된 그에게 송아지를 낳는 암소 200마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재산이나 나를 바 없다.
"소는 종자만 잘 선택해도 70% 이상 성공한 겁니다. 그러니 외부에서 아무 소나 들여오지 않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들여와서 키우다 보면 종자가 섞이기 때문입니다. 근친교배도 피해야 하지요. 그러다 보니 육종 연구하려면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 전국 억대농 1만가구 = 이 씨나 장 씨처럼 농.어촌지역에서도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내 전체에서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어민은 5천313명.
이 가운데 상주시가 2천171명으로 가장 많고 성주군이 1천797명으로 뒤를 잇고 있어 두 시.군의 억대 농업인수를 합치면 도내 전체 억대 농업인수의 절반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참외나 포도, 배, 사과, 딸기, 감 등 특화작물이나 과수를 재배하거나 가공하고, 대규모로 소나 돼지를 키우는 사례가 많다.
물론 이들은 그냥 앉아서 배워온 재래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했으며, 차별화를 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위 면적당 소득이 높은 특용작물을 재배하거나 친환경인증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정부는 공식 집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서 9천54명(법인 포함)이 1억원 이상 고소득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각 시.도마다 기준이나 통계가 다르기는 하지만 각 시.도의 집계를 모두 합하면 최소한 1만 곳이 넘는다.
농림수산식품부 경영조직과 방도혁 씨는 "조사를 했지만 아직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신뢰하기에는 좀 부족해 참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시.도에 따르면 억대 농가는 전북이 2천425곳에 이르고 충남이 1천456곳, 전남이 1천438곳 등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농업에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광역지방자치단체나 기초지방자치단체도 너도나도 억대농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남도나 강원도, 충남도 등은 주로 소득이 5천만원이 넘지만 1억원 미만인 농가를 대상으로 경영비 절감을 위한 컨설팅을 시행하거나 작물별 지원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경남도는 행정기관이 조금만 도와주면 연소득 1억원을 달성할 수 있는 연소득 5천만원 이상의 농가를 대상으로 품목별 전문교육과 경영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제주도도 조수입이 1억원 이상인 노지감귤 재배농가를 지난해 100곳에서 2011년 200곳, 2015년 40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에 방수지를 바닥에 깔아 수확하는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매달 10만원씩 2년간 활동비를 지원하는 농업전문경영인을 현재 120명에서 확대 지정하고 성공사례 발표회도 열 계획이다.
경북 상주시나 영주시, 경남 하동군, 함양군 등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억대 부농 프로젝트를 도입한 곳이다.
곶감과 명주, 육계 생산이 전국 1위이고 한우 사육 규모가 전국 2위인 상주시의 이정백 시장은 취임 초기인 2006년부터 상주지역 전체 농가의 3분의 1인 5천명을 억대 농업인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전문 컨설팅과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하동군도 2013년까지 연간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농민을 1천명으로 만들고자 쌀과 원예작물, 축산물, 녹차 등 4대 작목을 중심으로 기술과 재정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억대 부농 만들기가 자칫 경쟁에 치우쳐 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에게 지원이 편중되거나 실적 부풀리기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울산시 농축산과 이재학 농정담당은 "억대 농가는 대부분 다른 농가보다 지원받는 부분이 많아 돈이 많은 농가가 결국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격이 된다"며 "억대 농가가 아닌 일반 농가에 많이 지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소득 농민이 늘어나는 것은 도시 중심적 사회의 틀을 깰 수 있는 상징이란 점에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기도 안창식 농업경영담당 사무관은 "전업화 등으로 갈수록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성공한 농민이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요즘 농업인은 과거와 달리 전문경영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환상의 C조
글쓴이 : 얼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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