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농촌현장> 들꽃도 돈이 된다
<2010 농촌현장> 부산 기장군 야생화작목반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 야생화 작목반은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를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작목반 박병옥 조증술 서동출 고기현(왼쪽부터)씨가 야생화를 돌보고 있다. << 지방기사 참고 >> 2010.3.7. |
부산 기장군 야생화작목반 '부농' 꿈 실현
관상용에다 웰빙식품.한방 재료까지 용도 다양
'야생화마을' 조성중..보존가치 있는 야생화 돈 안돼도 재배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를 비닐하우스에서 대량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는 농부들이 있다.
부산 기장군 야생화작목반에 참여하고 있는 22명이 바로 그들이다.
산과 들에서 얻은 종자 등을 이용해 야생화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는 작목반원들은 야생화가 농촌의 고소득 작물로 자리잡고 새로운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나아가 기장에다 야생화 종합 전시장과 학습장을 겸한 대규모 야생화 마을을 조성, 기장을 한국의 야생화 메카로 만든다는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2만원으로 귀농..야생화로 연매출 20억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야생화 작목반장이면서 천락야생화 농원 대표인 서동출(47) 씨의 하루 일과가 바빠졌다.
서 씨는 기장군 일광에서 건립중인 고급 별장과 주말농장 등 3곳의 조경공사를 맡았다.
이 공사에 들어가는 야생화만 1억 원어치가 넘는다.
일광면과 정관신도시 등 3곳에 설치한 비닐하우스 14채에서 야생화를 키우고 있는 서 씨는 조달청과 자치단체에 야생화를 공급하거나 조경공사를 해 지난해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취미로 시작해 야생화를 키운 지 21년만에 어느새 성공한 부농의 대열에 오른 것이다.
건축업을 하던 서 씨가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8년께.
취미삼아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야생화를 수집했다.
그러다 1992년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까지 당하면서 그는 아내와 자녀들이 살던 집까지 남의 손에 넘기는 아픔을 겪었다.
인생 밑바닥까지 추락한 그에게 남은 것은 단돈 2만 원.
그는 경남 의령군에 있는 폐가와 밭 2천㎡를 임대해 취미로 시작했던 야생화 재배를 본업으로 바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재기를 다짐하며 밭에 있는 잡초를 뽑아내고 맨손으로 야생화를 심으며 남몰래 흘린 눈물도 적지 않았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흘린 땀 만큼 결실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야생화를 키우고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야생화 종자를 구하기 위해 산과 들로 헤매던 그는 야생화가 커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점차 야생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업성을 확인한 그는 1997년 부산 금정구 두구동으로 야생화 농장을 확장 이전했고 계속 농장 규모를 늘려나갔다.
◇번식력 강한 야생화..판로확보가 관건
야생화는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포기의 모종을 잘 키우면 1~2년만에 수천~1만개까지 새로운 모종을 얻울 수 있다. 1천 원짜리 모종 하나로 수백만~1천만 원짜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야생화 사업의 매력이라고 서 씨는 강조했다.
비닐하우스 3.3㎡의 땅에서 야생화 모종 300개를 키울 수 있고 1년에 4모작을 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야생화의 장점을 확인한 서 씨는 판로확보와 브랜드화에 힘썼다.
야생화 역시 많이 생산해도 판로가 없으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판로를 개척하는데는 브랜드화.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우선 자신과 작목반에서 키운 야생화를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행사장 마다 야생화 전시장을 마련했다.
한우축제, 차 박람회, 대학교, 관공서 등에 야생화를 들고 다니면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독특한 야생화를 선보였다.
이렇게 해서 야생화를 키우거나 정원, 조경 등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서 씨는 이미 유명해졌다.
서 씨는 "화훼 농장들은 보통 판매처가 1~2곳 밖에 되지 않아 꽃을 키워놓고도 판매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농장은 거래처가 10여곳이나 되기 때문에 판로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조성중인 강변이나 공원 등에 공급하는 야생화 물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중인 4대강 사업도 야생화 작목반에게는 희소식이다.
4대강 주변 조경 예산만 30조 원에 이르며 조경 면적의 상당부분에 야생화를 심게 될 것이라는 게 작목반의 설명이다.
작목반은 4대강 사업을 겨냥해 갯버들, 나비초, 초화화, 수국 등을 대량으로 키우고 있다.
작목반원들은 이미 울산 태화강 주변에 심을 야생화 14만2천 모종을 계약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야생화 시장 규모는 대략 1조 원이 넘으며 점차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기장군 야생화작목반이 공급하는 야생화 양은 전체 시장의 5% 정도에 불과 하지만 3년 후에는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화훼농가들, 야생화에 '눈독'
지난해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추진하던 각종 축제가 취소돼 화훼농가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기장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출하시기를 넘긴 꽃들은 그대로 땅에 파묻혔다.
화훼 농민들은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넘게 손해를 봤다.
기장군에서 농가들을 돕기 위해 국화 등을 사들여 도로변에 전시하기도 했으나 농민들은 생산량의 80%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큰 손실을 본 일부 화훼농가는 지난해 말 기장군 야생화작목반에 가입하고 생산 품종을 국화 등에서 야생화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2005년부터 국화와 펜지 베고니아 등 초화를 생산했던 고기현(28) 씨는 2년 연속 손해를 보고 2007년부터 야생화 재배에 뛰어들었다.
고 씨는 "1년생 초화는 출하시기를 놓치면 그냥 버려야하지만 야생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고 번식도 손쉬워 경쟁력이 있다"며 야생화 예찬론을 폈다.
여기다 최근 우리나라 야생화를 보존해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업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예산절약 차원에서 환경미화용으로 한번 심었다가 몇 개월만에 뽑아내는 초화 대신 퇴비만 주면 되는 야생화를 도로변과 공원에 심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밭농사를 짓거나 버섯을 재배하던 사람들 가운데도 품종을 야생화로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장을 야생화 메카로
야생화를 직접 키우면서 공부하던 5명이 2007년 만들었던 기장 야생화작목반은 최근 신품종 개발과 야생화 단지 조성을 위해 '소산야생화 마을'이란 영농법인을 설립했다.
기장군 철마면에 야생화 군락지 형태로 조성될 '소산야생화 마을'은 이들의 야심작이다.
50억~70억 원이 투입될 야생화 마을은 우선 70만㎡ 규모로 내년 봄까지 조성되고 200만㎡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달 중순부터는 이 마을에 야생화를 심는 작업이 시작되며 올 여름이면 전시회와 함께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들이 마을로 접어들면 3㎞에 이르는 산책로 주변에서 다양한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야생화로 만든 차와 꽃이 들어간 특별한 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야생화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도 들어선다.
작목반원들은 야생화 마을을 공동매장 형태로 운영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각자 일하거나 투자한 금액의 비율대로 나눈다.
작목반은 여기서 나아가 야생화를 해외로 수출하고 식품으로 개발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노랑제비꽃과 분홍팝콘나무, 우산나무, 노랑땅나리 등 한국에서만 자라는 야생화들은 이미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서 씨가 지난해 수출한 야생화만 2억 원에 이른다.
한국의 야생화는 3천여종에 이르고 이 중 80%는 식품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작목반 감사인 박병옥(59) 씨는 곤달비 등 야생화를 재배하면서 이를 음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인 진솔식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 매출은 12억 원에 이른다.
박 씨는 "야생화는 관상용이면서 동시에 유기농 웰빙식품과 한방 재료로도 사용될 정도로 유용하다"면서 "농산물시장과 음식점 등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생화 가운데 돈되는 것만 재배할 수도 있지만 인기는 없어도 보존가치가 있는 품종도 따로 키우고 있다"며 "법인 산하에 야생화 유전자연구소와 개체연구소를 만들어 우리 고유의 야생화를 체계적으로 연구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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